미르(МИР)란 'Mission Jesus in Russia'의 러시아 약자(Миссия Иисус в России)로서, 평화 혹은 세계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르 선교회는 1996년 6월에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사역하던 몇몇 한인 선교사들이 러시아 복음화와 세계 선교를 목표로 선교지 현장에서 결성한 초교파 선교단체입니다.

누가 코스모스를 보았는가?

Posted on 오후 8:22 | By 류창현 | In

누가 코스모스를 보았는가?

올 가을, 나는 한 동안 나만의 즐거움에 빠져있었다. 그것은 활짝 핀 코스모스 꽃의 한 무리를 발견하고서이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여기에 근 십년 이상을 살면서도 코스모스를 본적이 없었다. 고국에서야 가을에 지방 도로로 나가다보면 길 양옆으로 끝이 없이 피어있는 것이 코스모스가 아니었던가. 그런데 어느 날 집에서 차를 타고 시내로 나가는 길에 일군의 그 낯익은 꽃무리를 본 것이다. 그래서 눈을 의심하면서 차를 멈추어 길가에 대고 친히 확인하였다. 정말 코스모스 꽃이었던 것이다. 연분홍 꽃, 흰색, 자주색 보라색 그렇게 아롱지게 자신을 얼굴을 자랑하듯 활짝 피어있었다. 화려하지도 않으면서도 담백하고 복잡하지도 않으면서도 제각기 색깔을 가지고 가을이면 친밀하게 우리 곁에 피어 있었던 꽃이었다. 그래서 오랜 된 고향의 사람을 만난듯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순결이란 꽃말을 가진 이 꽃은 일년생 화초로서 맥시코가 원산지로 되어 있다. 아마 따뜻한 지방의 꽃답게 건조한 곳에서 더 잘 적응하는 것 같다. 그러니 습하고 추운 이곳 러시아의 북쪽에서 피어 있다고 하는 것은 여기에 사는 우리 네 만큼 인고의 아픔이 있겠다 싶어 더 정이 가는 것이었다.
하여 나는 새삼 혼자 감격하여 누가 보든가 말든가 꽃을 쓰다듬고 만져보고 그랬다. 그리고 꽃을 하나 따서 꽃잎 여덟 개 중 엇지게 하여 네 개만 남겨서 공중에 던져보기도 하였다. 어린 시절 그랬건 것처럼, 뱅그르 돌며 낙화하는 재미를 나는 추억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그곳을 지날 때면 차를 서행하며 그 꽃무리들의 안녕을 확인하고 쳐다보는 것이 좋았다. 그곳을 지나노라면 내 학창 시절 어느 유명가수가 불렀던 < 코스모스 한들 한들 피어 있는 길...>이란 노래가 자연스럽게 머리에 각인되어 떠 올랐다. 그래서 코스모스는 살랑 살랑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한들 한들 흔들려야 했다.

비가 오고 꽃대궁이 바람에 흔들리는 날에는 나는 그 유혹에 못 이겨 차를 내리고 가까이 하였다.
그런데 비가 자주 내리는 러시아의 이 가을은 그들을 오래 두지 않았다.
오늘 꽃은 시들고, 꽃잎은 완전히 떨어지고 그렇게 우리는 이별 하였다.
비가 추적 추적내리는 거리에서 나는 바람맞은 자되어 무엇인가 값나가는 것을 잃어버린 양 하루를 허전해 하였다.
그렇다할지라도 나는 안다. 그 자리에 내년에는 더 곱게 더 많이 활짝 핀 코스모스를 보리라는 것을...

내년 가을에는 이 꽃을 보러 많은 지인들과 함께 와야겠다. 나만의 몰래보는 비밀스러운 재미는 덜하겠지만 이곳에 고향 사람과 같은 다감스러운 이 꽃의 존재를 위하여 그렇게 하는 것이 좋겠다.

* 이 게시물은 2006년도 이전 미르 선교회 홈페이지에서 옮겨온 글입니다.